자동차와 광고의 뜨거운 질주

글/신한대학교 언론학과 겸임교수 / 광고연구소 대표 김원호


현대 포니의 국내 최초 포지셔닝 전략

현대는 이탈리아의 유명한 디자이너 조르제토 주지아로의 자동차 디자인으로 1975년 대한민국 독자모델 포니를 개발하고 1976년도에는 대한민국 최초로 수출의 스토리를 만든다. 포드가 대량생산으로 일반인들에게 자동차 생활을 주었던 것처럼 포니는 값비싼 외제차보다 낮은 가격으로 일반 중산층에게 침투하는 시대를 열었다. 포니는 대한민국의 수출효자이면서 국민들의 국민차 욕구를 충족시킨 첫 번째 사건이었다. 포니의 마케팅 광고전략의 핵심은 “대한민국 애국심“에 호소하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땅 위에서 달린 자동차는 미국이나 일본, 유럽의 자동차의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포니는 국산기술로 만든 최초의 자동차라는 제품 컨셉을 최대한 전달하고자 노력하였다.

광고포지셔닝의 관점에서 보면 외국 자동차에 대한 관심을 국산 자동차로 고객 마인드를 옮긴 최초의 포지셔닝 광고로 기록될 것이다. 또한 대한민국의 자부심과 애국심 마케팅의 전략을 통해 빠르게 시장진입을 성공하였다. 포니는 나중에 쏘나타 라인으로 이어져 대한민국의 국가대표 세단의 DNA를 제공하는 족적을 남긴다. 물론 스텔라나 프레스토 등과 같은 자동차로 이어진 스토리도 있다. 그리고 그랜저, 제네시스 등 대한민국 대표선수가 되는 자동차의 첫 시동을 걸었던 것이다.



봉고 대한민국 상용차 시장 세분화 전략

1980년 자동차공업 통합조치가 발표되고 기아자동차는 일반 세단을 제작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때 사람은 물론 짐도 함께 옮길 수 있는 상업과 승용 목적의 2가지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봉고가 나왔다. 중견 탤런트 박영규씨가 모델로 나온 봉고는 1970년대 국가주도의 대한민국 근대화를 넘어 자영업자. 중소기업 등 서민들의 멋진 친구가 되어 주었다. 이 이후에 대우에서 다마스라는 미니상용차를 출시하여 좋은 반응을 얻었던 기록이 있다. 봉고의 마케팅 전략은 대한민국 승용차 시장을 상용차와 승용차로 나누는 일대 혁신을 거두는 시장 세분화 전략으로 분석할 수 있다. 가족이나 일반인들의 교통수단이 비즈니스나 상업 목적의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시장의 확장으로 나타났다.



봉고의 뜻은 아프리카 영양의 이름이 공식 설명인데 가봉의 대통령이었던 봉고 대통령이 대한민국을 방문했을 때 그 이름을 따서 지었다는 기록되지 않은 야사도 있다. 그 후 기아는 프라이드 소형차 시대를 열기도 했다. 여자에게 “아벨라 타지마라”라는 유행어가 있어 판매에 영향을 미친 아벨라라는 자동차의 아픈 스토리도 기억이 난다.


쏘나타를 긴장시킨 대우 레간자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를 떠올리면 대우자동차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세계 경영으로 대표되던 대우의 월드카는 르망이었다. 아버지가 타던 자동차가 아니라 젊은 층이 타는 차, 그리고 월드카라는 개념으로 국산차가 아니라 세계의 자동차와 경쟁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차였다. 고속도로를 달리면 묵직하게 가라앉는 속도감이 폭발적 인기의 시작이었다. 물론 기본 모델은 독일 오펠의 카데트라는 자동차를 대우가 생산하고 GM이 판매하는 3개 회사의 공동 작품이었던 르망은 나중에 에스페로 같은 새로운 디자인의 자동차를 내놓게 된다. 그런데 치명적인 문제점 하나, 엔진소리가 너무 시끄럽다는 고객의 불만이 터져 나오게 된다.

이 불만을 잠재운 자동차가 바로, 대우의 레간자이다. 중형 자동차였던 레간자는 쉿이라는 소리 마케팅 컨셉으로 현대와 기아로 양분되던 자동차 시장을 재편하는 혁신이 일어난다. 대우자동차의 시끄러운 소비자의 오래된 브랜드 이미지를 해결하기 위해 소리 없이 강하다는 컨셉으로 광고를 시작한다. 가장 강력한 광고는 사람이 등장하지 않고 개구리가 등장하는 레간자의 TV 광고였다. “손이 가요 손이 가 새우깡에 손이 가~♪”, “12시에 만나요 브라보콘” 등 소리가 있는 광고가 이어지다가 갑자기 소리가 사라지고 화면에는 음향기기의 이퀄라이즈 볼륨바만 살며시 뜬다. 아무런 소리 없이 자동차는 질주하고 광고 후반부에 개구리 한마리가 개골이라는 소리만 들린다. 광고의 아버지 오길비의 롤스로이스 자동차 광고의 명 헤드라인 “ 시속 60마일로 달리는 롤스로이스 안에서 들리는 유일한 소리는 시계 소리뿐입니다”를 연상하게 하는 브랜드 이미지 전략의 광고였다. 여파는 대단했다. 역대 자동차 광고 중에 레간자만큼 브랜드 인지도, 선호도, 그리고 판매까지 큰 영향을 미친 광고는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은 것 같다. 중형차의 넘버원 현대 쏘나타의 판매량까지 위협했으니 놀라운 광고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삼성자동차의 역발상 전략

삼성이 자동차산업에 도전장을 내밀었을 때 과연 어떤 광고가 나올지 모두 궁금했다. 현대, 기아, 대우가 버티고 있는 이 시장에 가전 이미지를 지닌 삼성이 과연 어떻게 마케팅 전략을 구사했을까? 바로 후광효과 전략과 티저 전략이었다. 삼성자동차의 실루엣만 드러나고 베일로 감싼 비주얼 위에 “삼성이 만들면 다릅니다”라는 헤드라인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삼성그룹의 막강한 브랜드 파워를 기반으로 삼성의 이름을 걸고 만든다는 강한 의지를 담고 나왔다. 후광효과 전략의 가장 위험한 점은 광고 이론상, AIDMA이론에 의하면 주목(Attention)은 시켰고 흥미(Interesting)는 성공적으로 끌어 올렸는데 구매욕구(Desire)를 예상 만큼 끌어 올리지 못한 것 같다. 자동차는 좋다고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는데 후속 광고가 더 강력하게 지원을 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좋은 광고는 제품에서부터 출발한다는 말이 있다.



미래형 자동차의 광고전략을 상상한다.

세계적인 독일 명차, 폭스바겐의 디젤자동차 배출가스 조작 스캔들이 금년에 터졌다. 대대적인 리콜이 시작되면 폭스바겐사는 막대한 타격을 입을 것이다. 이런 시대에 현대, 기아자동차는 전기자동차를 비롯 수소자동차 친환경 자동차에 대한 연구를 가속화 하고 있다. 미국의 앨론 머스크가 이끄는 테슬라는 현재 차세대의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를 꿈꾸고 있고 구글은 자율주행자동차와 빅데이터를 결합한 새로운 개념의 자동차를 개발하고 연구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독자모델 포니가 시작되고 나서 대한민국은 근대화의 고비를 넘겼다. 이제 자동차는 과연 대한민국과 어떤 스토리를 만들어 가야 할까? 하늘을 나는 자동차일까? 백투더퓨처처럼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자동차일까? 아니면 마션이라는 영화에 나오는 화성 표면 위를 달리는 화성자동차일까? 하늘과 물, 우주까지 달릴 수 있는 전천후 자동차일까? 아니면 로봇이 운전하는 로봇자동차일까?

자동차의 미래에 대해서도 궁금하지만 이제 미래형 자동차의 광고 마케팅 전략은 과연 어떻게 전개될지가 궁금하다? 지금까지 대중매체 시대를 넘어 소셜 미디어, 개인미디어, 그리고 융복합 미디어가 넘쳐나는 세상이다. 컨셉 하나로 승부를 걸던 기존의 자동차 광고 캠페인은 이제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될 것이다. 지금의 세상은 소비자를 설득하고 감동시키는 메시지를 개발하고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의 시대가 아닌 고객과 공유하고 관계를 맺는 릴레이션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광고가 대통령을 만든다는 소리가 있었다. 기술과 미디어가 급속하게 발전하는 시대에 광고는 어떤 로드맵을 그릴지 마케팅, 광고회사들에게 큰 숙제가 던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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