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인 자동차 디자인은 무엇일까?

글/국민대학교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 구상


디자인의 국적성과 한국적 디자인

글로벌 산업으로 세계 5위의 한국 자동차산업이 넘어야 할 과제는 참으로 많다. 한정된 내수시장과 다양화된 소비자의 취향을 위해서는「다품종 소량생산」의 전략도 요구된다. 그리고 한편으로 글로벌시장에서 차별성을 가지는「우리의 목소리」를 담은 디자인도 요구된다. 혹자는 수출해야 할 차를 우리의 입맛에만 맞게 만드는 것은 오히려 잘못된 것이 아니냐고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가「미국 차」나「독일 차」를 만들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외국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한국적 디자인의 자동차」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사실 한국적 디자인에 대한 것은 이제 전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오랫동안 모든 제품과 자동차의 개발단계에서 지속적으로 논의되어 온 목표이며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자동차 자체가 한국의 것이 아닌데, 어떻게 한국적인 자동차를 디자인할 것이냐는 의문도 있었고, 더러는 자동차에 단청과 기와를 응용한 디자인을 적용하는 것이 어떠냐는 식의 웃지 못할 아이디어를 듣기도 한다.


디자인이란?

한국적 디자인, 혹은 한국적 스타일이라고 하면 아마 상당수의 사람들이 현란한 원색의 색동저고리와 전통 건축물에서 볼 수 있는 화려한 무늬의 단청과 가지런히 배열된 기와 등의 이미지를 생각할 것이다. 전통적인 의상이나 건축물이 우리 의식 속에 ‘한국적 스타일’ 의 이미지를 형성하고 있고, 외국인들 역시 이와 유사한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적인 디자인의 자동차가 어떤 것이냐고 질문을 받는다면 뭐라고 대답을 해야 옳은 답이 될까? 버스에 기와를 얹고 단청을 칠하면 한국적 스타일이 될까? 아니면 승용차의 라디에이터 그릴에 전통 양식의 창살 모양을 붙이면 한국적 스타일일까? 아마도 우리 대부분은 이것이 잘못된 해결 방법이라는 것은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 한편으로 과연 올바른 답이 무엇인지는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사실 한국적인 이미지를 가지게 하기 위해서 전통적 형태를 응용하는 게 보통이다. 그렇지만 어떤 자동차에 한국적인 형태를 붙인다고 해서 그 차가 한국의 문화에 맞게 되지는 않는다. 사실 이것은 문제의 핵심을 못 보는 것이다. 게다가 자동차가 외국에서 들어온 것이므로 한국적인 것이 아니라고 비판하는 것도 올바른 관점이 아니지만, 거기에 ‘무늬’만 붙인다고 한국적인 것이 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렇지만 시각적인 것을 도외시할 수는 없다. 문제는 ‘시각적 요소’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일 것이다.

필자는 몇 년 전에 우리나라의 어느 고장을 방문한 일이 있다. 그 고장은 맵디매운 고추로 유명한 곳이다. 매운 고추라고 하면 그 고장을 떠올릴 만큼 유명하다. 그런데 그 고장의 시가지 가로등 기둥들에는 거대한 풋고추 모형이 하나씩 달려 있었다. 필자는 그 풋고추 달린 가로등을 보는 순간 마치 버스에 단청과 기와를 올리자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처럼 답답하고 황당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대체 무엇이 잘못돼서 가로등에 저런 풋고추들이 달려 있는 것일까?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디자인을 겉모양을 장식하는 것으로 잘못 이해하고 있다. 사실 디자인은 어느 목적이나 용도에 적합한 결과물을 내기 위한 종합적 활동이지, 결코 장식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디자인이 잘 된 제품은 당연히 시각적으로 아름답고 정돈된 모양을 가지므로 시각적으로 먼저 어필되는 측면이 있지만, 시각적 요소가 디자인의 전부는 아니다. 결국 어떤 의미나 가치를 전달하기 위한 디자인은 단지 그 물건을 겉에 붙여서 완성되는 것이 아님은 자명하다. 그런데 몇 년이 지난 지금도 그 풋고추들은 가로등에 여전히 붙어 있을지도 모른다.



전통적 디자인과 한국적 디자인

그런데 우리는 이런 오류를 한국적인 디자인에서도 범하고 있다. 한국적인 디자인을 전통 의상이나 건축물의 일부를 응용한다면, 혹여 그것이 풋고추 달린 가로등만큼 기이하지 않더라도 오늘날의 우리들의 가치관을 대변해주지는 못할 가능성이 높다. 사실 우리는 ‘전통적인 것’과 ‘한국적인 것’을 혼동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이 두 가지는 같은 것일 수도 있지만, 언제나 그렇지는 않다. ‘전통적인 것’은 시간이 흘러도 그다지 변화되지 않지만, ‘한국적인 것’은 계속 변화된다. 19세기에 살았던 한국인과 오늘날 21세기를 살고 있는 한국인이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바로 우리는 그 점을 주목해야 한다. 지금의 한국인이 가장 보편적으로 인정하는 가치가 오늘날의 가장 한국적인 것이다.

자동차는 세워놓고 감상하기 위하여 만든 물건이 아니다. 자동차는 달릴 때 비로소 그 ‘효용’이 발휘되고 본래의 목적에 충실한 제품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자동차가 달린다는 것은 다양한 문제들과 연관된다. 그것은 주행성능 이외에도 도로의 조건, 노면의 요철, 노선의 굴곡도, 나아가서 가족의 구성과 외출의 형태, 생활양식 등이 관련되어 있으며, 그러한 것들은 자동차 디자인이 ‘국적’을 가지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예를 들면 독일의 차들은 저들의 속도 무제한의 고속도로 아우토반의 영향으로 고속 주행성능에서 강점을 가진다. 미국의 차들은 널찍한 국토와 직선적인 고속도로로 편안한 주행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것 등이 모두 그런 환경적 가치를 반영한 결과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자동차들이 지닌 가치는 무엇일까?

경승용차에서부터 대형 승용차에 이르기까지 모두 가족을 편안하게 태우기 위한 공간이 중시되고 그래서 쿠페보다는 세단을 더 선호하는 것이 한국의 자동차에서 발견되는 가치의 일부인지도 모른다.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도 한국의 차들은 실내 공간이 넓다는 것을 인정하기 시작하고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 미니밴의 실내에 커다란 실내등을 다는 것은 한국적인 가족 중심 문화를 반영한 것이라고 한다. 서구의 미니밴에는 승객들을 위한 개별 독서 등은 있지만, 실내 전체를 위한 밝은 실내등은 없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단지 겉모양을 어떻게 꾸민다는 것과는 전혀 다른 관점일지도 모른다.



21세기의 한국적 디자인

21세기의 한국인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한국적 디자인의 자동차는 어떤 특징을 가졌을까? 미국이나 독일의 차들이 한국에 전적으로 부적합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렇지만 한국의 환경에서, 한국인의 성격에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차는 틀림없이 독일이나 미국 차와는 구별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을 것이며, 그것이 겉모습만 ‘한국적 스타일’을 가지고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혹은 뒷좌석에 앉거나 가족 모두가 차에 타게 될 때, 아니면 좁은 골목길을 빠져나와야 할 때에 자신이 이용하는 차의 ‘효용’에서 물리적 만족감과 심리적 만족감을 느끼게 될 때 그것이 종합적인 ‘한국적 디자인’의 자동차에서 느껴지는 ‘가치’일 것이다. 오늘날의 우리가 아름다움과 행복을 느끼며, 외국인들에게, 외국시장에 나가서 자신 있게 주장할 수 있는 우리 자동차의 모습일 것이다. 단순히 「한복의 선을 살린」 , 또는 「전통적 형태가 들어있는」
스타일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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