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처음 문이 열린 수입차는 개방 원년 10대 판매에서 2017년 233,088대로 시장점유율 15.23%를 차지할 만큼 엄청난 성장을 이루었다. 부침과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국산차와 더불어 함께 발전하며 공존의 길을 걷고 있다. 숫자를 통해 지난 30년간 수입차의 의미를 짚어보았다.
글 최주식 <오토카코리아> 편집장
10 : 수입차 개방 원년 수입차 등록대수 (1987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정부는 외국산 자동차 수입을 공식 허용하기로 한다. 그동안 국내 자동차산업 보호를 위해 외국산 자동차의 수입을 제한해온 정부는 국산차의 해외 수출량이 늘어나면서 계속 빗장을 걸어 잠글 수만은 없었다. 1987년 1월 정부는 2.0L 이상 대형차와 1.0L 이하 소형차시장을 우선 개방했다. 하지만 당시 분위기는 외화 낭비와 과소비로 인한 사치풍조 등 수입차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가 강했다. 그해 1월에 한성자동차가 벤츠와 포르쉐를 수입, 판매하고 효성물산이 폭스바겐과 아우디를, 3월에 코오롱상사가 BMW, ㈜한진이 볼보 영업을 시작했다. 수입차 개방 원년인 1987년 한 해 동안 판매 등록된 차는 모두 벤츠로 총 10대였다.
1,000 : 수입차 판매 3년 만에 1,000대 돌파 (1989년)
시장 개방 이듬해인 1988년 1월 동부(푸조)와 두산(사브)이 영업을 시작했고 4월에는 수입차 전차종에 대한 배기량 규제를 풀어 전면 개방이 이루어진다. 이어서 기아(포드), 금호(피아트), 쌍용(르노) 등이 판매를 시작했다. 전년도 10대에 머물렀던 판매는 263대로 껑충 뛰어올랐고, 다음해인 1989년에는 모두 1,293대가 등록되었다. 한해 10대로 시작한 수입차 판매가 2년 만에 1,000대 이상으로 껑충 뛰어오른 것이다. 그리고 다음해인 1990년 2,325대로 급물살을 탄다. 하지만 여기에는 기아자동차가 주문자 생산(OEM) 방식으로 수입한 머큐리 세이블이 절반 정도를 차지했다. 세이블은 1990년대초 인기가 높았다.
10,000 : 수입차 판매 1만 대 넘어서 (1996년)
1990년대 초 수입차 판매가 크게 늘어나자 수입차 오너에 대한 세무조사가 실시되고 시장에 는 찬바람이 몰아쳤다. 판매는 다시 1천여 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 과정에서 쌍용이 르노 판매를 취소하는 등 업계가 어려움을 겪었고 규모가 작은 병행수입업체(Gray Importer)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이들은 차종 다양화에는 기여했으나 애프터서비스와 품질 보증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여러 문제점을 낳았다. 94년 이후 세계화, 개방화 바람이 거세지고 국산차 판매가 100만 대를 넘어서면서 통상압력도 높아지게 된다. 결국 95년 1월 관세를 8%로 낮추는 한편 7천만 원 초과 승용차의 취득세를 15%에서 2%로 대폭 낮추게 된다. 이러한 훈풍을 타고 수입차는 95년 6,921대에 이어 96년 1만315대를 기록, 사상 처음으로 1만 대 판매를 돌파하게 된다. 96년 2월에는 기아가 포드 판매를 중단했다.
2,000 : 1만대 돌파 이후 2천 대 수준으로 판매 급감 (1998년)
호시절은 얼마 가지 않았다. 1997년 예기치 않은 IMF 사태가 터지면서 수입차가 직격탄을 맞게 된다. 특히 수입차 구매 및 소유자에 대한 반감이 커지면서 일부 주유소에서는 수입차에 대해 주유를 거부하기도 했다. 수입차 개방 10주년을 맞아 부흥기를 기대한 수입차업계는 거꾸로 커다란 위기를 맞았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판매는 급감해 1997년 8,136대에 이어 1998년 2,075대로 2,000대 수준으로 곤두박질치게 된다.
1% : 수입차, 국내 승용차시장 시장점유율 최초 1% 돌파 (2002년)
수입차가 맞닥뜨린 시련은 수입차업계를 뭉치게 만들었다. 1998년 3월 업계는 수입차 배격에 대한 공동 마케팅을 전개하는 등 적극적으로 타개책을 찾아 나섰다. 그런 가운데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을 보고 볼보코리아, GM코리아가 설립되는 등 현지법인 진출도 계속되었다. 1999년 7월에는 일본차에 대한 수입선 다변화가 완전 해제되면서 일본차가 공식 판매체제를 갖추게 되었다. 2000년부터 판매를 회복해나간 수입차는 2002년 16,119대를 판매해 시장점유율 1.3%를 기록, 마침내 숙원이던 1% 벽을 깨는데 성공했다.
20 : 수입차 개방 20년, 시장점유율 5% 돌파 (2007년)
2002년 힘겹게 시장점유율 1%를 돌파한 수입차는 이후 매년 1%씩 시장점유율 상승을 보이며 2007년에는 53,390대로 5.13% 즉 5%를 가뿐히 넘어섰다. 수입차 개방 20주년이 되는 해여서 의미가 남달랐다. 수입차시장의 특징적인 변화라면 30대 구매자가 확연하게 늘어났고 5000만 원 이하, 2000cc 이하 비중도 눈에 띄게 늘었다는 점이다. 수입차 대중화가 본격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100,000 : 수입차 최초 신규등록 10만대 돌파 (2011년)
탄탄대로를 달리던 수입차는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를 맞아 브레이크가 걸린다. 2009년에는 1998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률을 나타내지만 그 수치는 –1.1%로 미미했다. 20개가 넘는 브랜드에서 다양한 모델을 쏟아내며 소비자 기호에 맞춤한 전략으로 국내 시장에서 수입차의 기반이 이미 견고해졌음을 입증한 것이다. 2010년 90,562대로 빠르게 회복한 수입차는 2011년 마침내 10만대 판매를 돌파한다. 이 해 총 등록대수는 105,037대. 그리고 이듬해인 2012년에는 130,858대로 시장점유율 10.01%를 기록한다. 시장점유율 1%를 돌파한 지 9년만이었다.
200,000 : 수입차 등록대수 20만대 돌파 (2015년)
1995년 설립된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가 설립 20주년을 맞이했다. 회원사 기준 당시 15개 브랜드에서 24개 브랜드로 늘어났고 판매 모델 가짓수는 100여 개에서 523개로 늘어났다. 2015년 한 해 동안 발표된 신차만 152개로 매달 평균 13개의 신차가 새로 선보인 셈이다. 수입차의 최대 강점이 다양성을 무기로 하고 있음을 여실히 드러냈다. 하지만 편중 현상이 두드러져 수입차업계에서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가중되었다. 2015년 기준으로 독일차가 전체 68.7%를 차지해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했다. 그 뒤로 일본차 11.7%, 미국차 7.4%, 영국차 7.0%, 프랑스차 3.2% 등으로 큰 차이를 나타냈다. 그리고 연료별로는 디젤이 68.4%를 차지할 만큼 디젤 인기가 드높았다. 휘발유는 27.7%, 하이브리드 3.7%로 그 뒤를 이었다. 전반적으로 디젤에 강점이 있는 독일차가 전성시대를 맞았다. 아무튼 2015년 총 등록대수는 243,900대로 10만대를 돌파한 지 5년 만에 20만 대를 돌파했다.
30 : 수입차개방 30주년 (2017년)
2016년 9월 미국에서 발생한 폭스바겐 배기가스 조작사건(디젤게이트)은 국내에서 고공행진 하던 디젤차 인기에 급제동을 걸었다. 이는 비단 수입차뿐 아니라 국산차 전반에도 파급되며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 등 친환경 자동차가 부각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아무튼 이 여파로 두자릿수 성장률을 이어가던 수입차는 –7.6%로 하강 곡선을 그리게 된다. 하지만 이듬해 마이너스 성장을 재빨리 멈추고 3.5% 반등한다. 2017년은 수입차 개방 30주년이 되는 해. 통계로 보면 25개 브랜드에서 519개의 모델을 판매하며 121개의 신차가 발표되었다. 총 등록대수는 233,088대로 시장점유율 15.23%를 차지했다. 초창기와 IMF 시기에는 비난도 많이 받았지만 그동안 볼 수 없었던 다양한 모델과 신기술로 국산차에 자극을 주며 더불어 함께 발전하는 긍정적 측면도 적지 않았다. 공존은 이미 피할 수 없는 흐름이 되었다.